" 이제 네 얘기를 해 봐. "

우쭐거리는 모습이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. 성장하면서 점점 어른스러운 자세가 나타나고 있는지 말하는 것도, 행동도 전보다 차분하고 조용해졌으며, 더는 본인이 타인보다 월등하고 늘 우위에 있다는 걸 강조하지 않는다. 타인이 잘하는 게 있으면 인정할 줄 아는 자세가 거의 주 행동을 이루고, 대화 도중에 끼어들어 자신을 추켜세우는 모습은 사라졌다. 이젠 자신의 이야기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. 본인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조금 떨떠름한 반응을 할 때가 있다. 하도 자랑을 해서 이젠 조금 질린 걸까? 그래도 카즈미의 활발한 성격은 어딜 가진 않는지 잘 웃고, 잘 말하고. 검소한 태도가 늘었어도 카즈미의 활발함 만큼은 여전한 것 같다.

" 뭐든 잘하고 싶어. 당연한 거지. "

좋게 말하면 끈기 있고 노력하는 편, 나쁘게 말하면 엄청나게 끈질기다. 한 번 물었다 하는 것은 절대 놓지 않는 편이어서 고집도, 자존심도 상당하다. 본인 말로는 남보다 못하는 게 보이거나 뒤처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다나. 과장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, 그만큼 카즈미는 자신을 채찍질하거나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등의 자기 점검이 철저하단 걸 보여주고 있다. 잘하는 건 더 잘할 수 있게, 못하는 건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카즈미의 많고 많은 특기 중의 하나라고. 물론 그렇게 노력해서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지만... 목표가 생긴 이후로 앨리스 연습이나 공부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. 마퀴즈를 따내게 된 것도 고등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공부와 앨리스 연습에 전념하여 겨우 따낸 것. 고등부에 올라와선 무언가에 대한 만족감이나 성취감보다는 자신의 모난 점을 찾아내려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. 욕심이 더 늘어난 걸까.

+

발화점이 높다 못해 거의 없는 수준이 된 것 같다. 웬만한 자극에도 뭐.. 그럴 수 있지. 하고 넘기는 정도의 태도가 되었달까. 아무 데서 이상한 승부욕이 생기거나 하는 등의 버릇도 줄었다. 그래도 가벼운 장난이나 내기 정도는 흔쾌히 받아주는 것 같던데.